WOW 이후의 MMORPG II

* 위 자료는 북미-유럽 멀티게임 이용량 TOP20 중에서 인용했음. 이 기사는 Xpire의 이용자로 한정된 통계이지만 조사 대상이 백만 단위라는 것을 볼 때 이것이 단지 특정 층만의 이야기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WOW의 성공은 기존 MMORPG 시장이 매니아 시장이었던 것에 반해서 캐주얼 게이머를 MMORPG로 끌어들인 것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전체 시장에서 극소수를 기반으로 했던 EQ 형제와 그 시장을 계속 이어받아 시장을 유지하던 구미의 MMORPG들은 WOW 이후에 점차 캐주얼 게이머들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게 되었고, 이 현상은 WOW 이후로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가 1편의 이야기였다면, 이제 좀 더 실제적인 이야기를 할 때가 된 것 같다.

1998년 한국에서 리니지가 MMORPG 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끌고 갔던 것의 원인은 PC방이라는 환경이 있었기 때문이지만, 그 현상에서 나타나는 시장의 반응이나 이후의 양상은 현재 구미 시장에서 일어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즉, 지금 WOW의 다운힐은 2000~2001년에 보인 리니지 이후의 한국 시장과 같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면 1999년 부터 한국 시장은 어떻게 되었는가를 일단 되짚어 보자.

1. 리니지의 등장은 MMORPG 시장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소문이 돌게 했고,
2. 그 결과 MMORPG 개발사의 난립과 유사한 MMORPG의 등장을 이끌었다.
3. 대기업들이 MMORPG 개발에 뛰어들기 시작했고 개발비는 기본 퀄리티 향상으로 연결됐다.
4. 그러나, 대자본 대형 MMORPG들의 연이은 실패로 실리형 MMORPG 개발이 이루어졌고,
5. MMORPG 시장은 안정세로 돌아섰다.

이 와중에 약간의 곁다리가 생긴 것이라면, MMORPG로 유입되었던 캐주얼 게이머들이 MMORPG가 요구하는 장기간의 플레이에 지쳐 떨어져서 MMORPG가 아닌 온라인 게임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포트리스2블루(2000), 포털 게임들(2000), 겟앰프드(2002), 메이플스토리(2003), 카트라이더(2004)로 이어지는 캐주얼 게임의 흐름은 이러한 캐주얼 유저 시장의 급격한 성장을 연결시키는 다리라고 볼 수도 있다.

WOW의 시장 확장과 이에 대한 시장의 강경한 저항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많은 개발자들이 "WOW의 독주가 온라인 게임 시장을 죽이고 있다"고 말하고 있으며, "게임 플레이어들이 WOW에 돈을 쓰느라고 다른 게임에 쓸 돈이 없다"고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우리는 리니지가 한국 온라인 게임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을 때 마찬가지로 리니지의 독주에 비명을 지르기도 했기 때문이다.

자 이제 WOW의 성장세가 둔화되기 시작했다. 물론 이는 리니지의 경우에서와 같이 성장 둔화가 곧바로 시장의 확장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맞아야 하는데 일단 WOW에서 빠져나간 캐주얼 유저를 다시 컴퓨터 앞으로 끌어다 앉혀야 하기 때문이다. 리니지의 점유율 하락에 이어 나타났던 수많은 리니지 클론들과 같은 대안 제품들이 있어야 한다. WOW로 MMORPG를 시작한 캐주얼 게이머들은 곧바로 다른 캐주얼 게임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유사한 MMORPG를 밟고 나서 MMORPG 자체에 대해서 포기하는 단계가 필요하다. 반드시 지속적인 시간을 들여야하는 게임이 일상 생활을 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은 그들이 어렴풋이 느끼고 있지만, 이 독은 좀 더 먹어보고 그 증상(폐해)가 표면화 되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이렇게 MMORPG에 대해서 손을 댔다가 데인 캐주얼 게이머들은 이제 뭘 할까. 이들은 결코 온라인이라는 마약적인 요소를 포기하지는 못하고, 온라인을 활용한 각종 다른 게임들을 찾아 나서게 되는데 이 때가 결국 전체적인 온라인 시장에 2차 폭발을 만들어내게 될 것이다. 한국 온라인 게임 시장은 1차적으로 리니지의 기여가 엄청나게 크기도 했지만, 2차적으로는 2000년 이후에 등장한 여러 캐주얼 게임들의 공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면 앞으로 구미 시장에서의 예상은 되었다. WOW가 점차 쇠락하는 뚜렷한 징후들이 올해 여름까지 나타나게 될 것이고 실제적인 통계들이 드러나면서 이를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미 개발중인 MMORPG들이 이들을 붙잡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며 MMORPG에 캐주얼적인 여러 요소들을 첨가하게 될 것이다. 이를테면 빠른 성장 요소와 덜 복잡한, 덜 조직적인 게임성은 매우 기본적이다. 하루 2시간 남짓의 플레이를 전부 파티원을 모으는 데 쓰는 게임들은 그들의 목록에서 지워질 것이며, 그 짧은 시간 동안 눈에 명확하게 보이는 성장을 느끼며 게임 플레이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WOW가 그러했듯 덜 반복적이고 드라마틱한 퀘스트와 다른 캐릭터들과의 교감(인터랙티브)는 필수적이다. 그것은 그들이 태어나서 가장 처음 겪은 MMORPG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이었기 때문이다.

2007년은 그렇게 MMORPG들이 WOW의 뒤를 잇게 될 것이다. 하지만 2008년은? 이미 MMORPG에서 경험할 것들은 기본적으로 다 접했고, 새로운 요소가 부족한 이후 MMORPG들이 그들의 '뒷맛'을 붙잡고 있었지만 그들은 빠르게 적응하면서 그 단물을 뽑아 먹을 것이다. MMORPG의 10년 역사가 증명하듯, 시대가 변하고 기술이 급격하게 증가한 것에 비해서 MMORPG의 요소 성장은 그렇게 두드러지게 체감할 것이 못될 뿐 아니라 WOW의 첫 맛이 너무 강렬해서 그 뒤를 잇는 게임들이 밋밋할 것은 보지 않아도 뻔한 일이다.

그래서 2008년 여름께가 되면 WOW의 점유율은 약 50% 선이 될 것이고, 다양한 MMORPG들이 자리잡게 되겠지만 이들의 자리 바꿈은 오히려 WOW의 몰락보다 더 빠르게 된다. 그리고 이 빠른 교체 주기를 치고 들어가는 것은 '진짜 캐주얼 온라인 게임'들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2007년 봄-여름 중으로 개발되는 게임들은 MMORPG가 아니라 구미 시장을 타겟으로 하는 캐주얼 온라인 게임이 되어야 한다. 약 1년에서 1년 반을 개발해서 그 틈새를 노리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할 일이다.

* 이 글은 Thisisgame.com에 교차 투고 됩니다.

by Nairrti | 2007/04/22 03:13 | 컬럼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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